슬픔은 물로 된 불인 것 같다
문인수
말 걸지 말아라.
나무의 큰 키는
하늘 높이 사무쳐 오르다가 돌아오고
땅 속 깊이 뻗혀 내려가다가 돌아온다.
나갈 곳 없는
나무의 중심은 예민하겠다.
도화선 같겠다.
무수한 이파리들도 터질 듯 막
고요하다.
누가 만 리 밖에서 또 젓고 있느냐.
비 섞어, 서서히 바람 불고
나무의 팽팽한
긴 외로움 끝에 와서 덜컥,
덜컥, 걸린다.
슬픔은 물로 된 불인 것 같다.
저 나무 송두리째
저 나무 비바람 속에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른다.
나무는 폭발한다.
역설적인 제목 물과 불은 서로 상반되는 존재인데, 물과 불이 같다고 했다.
충돌에 대한 것을 제목에서부터 말하고 있다.
나무의 특성에는 슬픔이 있다.
그 슬픔을 물로된 불이라고 했다.
압축적인 서정을 통해 긴장감이 있다.
<나무>의 형상을 통해, <하늘-땅>의 이원적 구도를 함축하는 작품
나무는 땅에 뿌리가 있으면서 하늘을 향해 서 있기 때문이다.
지상과 천상의 이원관계라고 생각을 해도 된다.
"하늘 높이 사무쳐 오르다가 돌아오고
땅 속 깊이 뻗혀 내려가다가 돌아온다."
3,4연의 내용을 보아서 불꽃을 보는 것 같다.
나무가 물을 먹고, 자라가고 이파리가 폭발한다는 것은 불을 형상했다.
이것을 보면, 물로된 불이라는 것이 성립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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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가는 길
문인수
흐린 봄날 정선 간다.
처음 길이어서 길이 어둡다.
노룻재 새재 싸릿재 넘으며
굽이굽이 막힐 듯 막힐 것 같은
길
끝에
길이 나와서 또 길을 땡긴다.
내 마음속으로 가는가
뒤돌아보면 검게 닫히는 산, 첩, 첩,
비가 올라나 눈이 오겠다.
의도적으로 1,2음절을 통해 연을 만들어 운율효과를 통해 운율강조
"길
끝에
길이"
걸어온 길 앞에 길이 또 땡겨진다.
끝없는 고통을 말하는 것이며, 풍경화 시켰다.
이것이 문인수 시의 특징이다.
여기서의 충돌을 막힘과 길이다.
막힐 듯하지만 길은 항상 있다고 하는 것이 바로 충돌속에 유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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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물로된 불인 것 같다]와 [정선 가는 길] 공통점은 바로 물이다.
물, 비, 눈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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