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차 - 이진명의 시 : 4. 바깥의 청소, 내면의 정화



쓴다는 것

이진명

쓴다는 것은
빗자주를 들고 쓴다는 것은
흘린 것
까먹은 것
떨어뜨린 것
뱉은 것
구긴 것
턴 것
부숴진 것
찢어진 것
달라붙은 것
깨진 것
또 무슨
뭐뭐 한 것
그렇게 표면을 어지럽힌 것들을
치우는 것
속이 보고 싶어서
온통 덮인 속이 보고 싶어서
걷어 내는 것
거울이 걸렸다는 속의 더 속의 안쪽에서는
한 꺼풀만 쓸어도
한 자락만 걷어내도
개미 등허리가 끌고 가는 실날 풀줄기 같은 빛이
빛이 올라온다는 데
그렇다면 아, 쓴다는 것은 건진다는 것
세상 물속에서 빠진 나를
건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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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거울을 보다가 줍는다
이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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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밖을 쓰는 걸 좋아해요
이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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