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차 - 홍신선의 시 : 3. 폐허의식



홍신선의 최근 시의 새로움

우리 시대 현실을 지배하는 욕망의 구조를 단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려다봄

세기말의 오르다가의 2부를 보면 잘 나타난다.

2

생(生)은 낯선 물로 채워진 논둑
쥐구멍에 쉴새없이 흙물들로 새고 있는 시간을
혹은 균열진 틈 속마다 등 구부려 온 몸을 끝까지 들이민 허무들을 그렇게 세계 갈라지고 붕괴할 때
욕망 위에 욕망 옆구리에 욕망 뒤에
앞에
밑에
붙어서
욕망 포식해서 떨어지는
천민 자본주의의
자본들
벼잎 그물맥만 남기고 갉아먹는
벼 물바구미들

세기가 흙물이 새고 틈마다 허무들이 발생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또한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새고있는 시간과 욕망으로 인해 문제가 나타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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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리

홍신선



1

볍씨를 담근다.
H2O 분자식 허물어진 틈으로 떨어지는
체중을 떼배로 묶은 씨앗들
(체중 속에 봄가을 꼬깃꼬깃 접어 갈무리한)
을 거슬러 어깨-머리통 머리통-어깨 맞부딪치며 떠오르는 쭉정이들.
양 허구리 마주 달라붙은
한 차례 따르는 물에 흘러 넘어갈
그러나 표면장력에 악착같이 두 발바닥으로 버티다
빙 빙 빙
혼절한 듯 맴도는
빙 빙 빙
황홀한 쓸쓸함으로 춤동작 엮는


내 그렇게 살다 가리
아침저녁 까치 소리 속에
아직도 내 어린 날 눈물 쏟던 마음이 남아서 까작까작 꺾이고 부러지는
시골에 살리.

2

이팝나무 가지에 이팝꽃들로 꾸역꾸역 몰려나온 시위대들

6 . 25였던가
금남로였던가.
사람이 사람에게 1회용으로 쓰이고서도
사람이 사람에게 1회용으로 쓰이지 않고서도
공중에 삐라들로 흩어지는
낙화들.
숱한 화염병 화염들로
박살난 생이 타오르는,
4 . 19 혹은 6 . 3
거기에 우리는 무슨 자유를 적었던가.
금세기 마지막 세대인 너는
또 어떤 치기 많은 노래를 적을 것인가

이팝나무 가지 사이로 숨어서 숨어서 몰래 지는
작은 꽃들
소소한 꽃새끼들의 엉망으로 금간
내면이 깜짝쇼처럼 흘러나와 있다.

내면 있는 것들만이 세상을 이륙하고 있다.

3

소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의 새들은
왜 황량한 바닷가에 와서야 죽는가.
혼자 목숨 거두는 떠돌이새
한 구(軀)
어느 시간은 그 주검 벗어나 저희끼리 며칠째 희희낙락 가고 있고
어느 시간은
헌 육신 속에 둥글게 안을 파고 들어가
텅 비워지는 …………

내 시골에 들어가 살리.
새로 핀 앵두꽃들로 세상을 환하게 갈아입히며
또는 폐정(廢井) 속 아직도 깊은 밑바닥에서 울렁이는 관능들을
서리서리 똬리 튼 새벽 물빛들을 길으며
시골에 살리.

<세기말에 오르다가>와 반대로 도시의 삶이 아닌 시골에 산다고 말하고 있어요.
6월 25일, 4월 19일, 6월 3일 등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날짜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이념적 ,정치적인 것을 떠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갈등하고 분열하는 현실이
싫은 것일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분열이 없는 추억이 시골이어서 시골에 살리라고 제목을 붙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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