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꿀 수 있다면
박라연
다시 꿈쑬 수 있다면
개미 한 마리의 손톱으로 사천오백 날쯤
살아낸 백송, 뚫고 들어가 살아보는 일
나무 속에 살면서
제 몸의 일부를 썩히는 일
제 혼의 일부를 베어내는 순간을 닮아 보는 일
향기가 악취 되는 순간을 껴안는 일
다시 꿈술 수 있다면
제것인 양 슬픔을 연기하는 배우처럼
누군가의 슬픔을 소리낼 줄 아는 새가 되는 일
새가 되어 살면서
미처 못간 길, 허공에 길을 내어주는 일
나무 속에 살면서 새가 되어 살면서
축복은 신이 내리고
불운은 인간이 만든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
나무속에 들어가 자신을 부패시키고,
다시 새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화자의 바램이 아마 자신이 많이 힘들었나봅니다.
자신에게 그렇게 당당하지 못한 일을 많이 했을 수도 있겠죠.
누구나 다 감추고 싶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죠.
그래서 나무속에서 모든 허물을 벗어내고 하늘로 가고 싶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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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작
박라연
아무도 없는 하늘 아래서
너무 멀리 떠밀려온 빈 배 위에서
이미 시체뿐인 네 몸에서
내 혼을 찾아내리라
내 혼은 이제 오직 나 혼자만의 것
매춘은 아름다운 시작,
날마다 만나게 될 세상의 풍경들을 말리리라
도톰한 입술처럼 말려졌을 때
향불이 되어 스며들리라
나는 쉬 사라지고 너는 너무 넓지만
내 맑은 취기로 드넓은 세상
단 한순간만이라도 취중득도 시킬 수 있다면
나의 매춘은 오래오래 유효하리라
내 몫의 고통스런 풍경들을
말리고 말리리라 아무도 없는
하늘 아래서 너무 멀리 더밀려온
빈 배 위에서
매춘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는 선택했지만,
화자는 세상과 몸을 부딪히어 세상을 말리려고 합니다.
이것은 아마도 희생을 통해 세상을 구하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향불이 된다고 했으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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