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죽음의 산란
4번째 시집 [공중 속의 내 정원]에서
죽음의 길과 생명의 길이 만나 충돌하며 불꽃을 일으킴
석양의 빛을 '알'로 치환하여 석양을 묘사하였다.
-----
공중 속의 내 정원 1- 산란(産卵)
박라연
공중의 허리에 걸린 석양
사각사각
알을 낳는다
달디단 열매의 속살처럼
작 익은 빛
살이 통통히 오른 빛
뼈가 드러나도록 푸르게 살아내려는,
스물네 시간 중 십분만 행복해도
달디달아지는
통통해지는
참 가벼운 몸무게의 일상 속에서만
노을로 퍼지는
저 죽음의 활홀한 산란
육백여분만 죽음의 알로 살아내면
부화될 수 있다고 믿을 생각이다
시누대처럼 야위어가는 한 생의 그림자
그 알을 먹고사는 나날을 꿈군다
없는 우물에
부화 직전의 태양이 걸렸다!
심봤다!
뼈와 살은 반대 되는 개념이죠.
살이 통통해지는 것은 생명이 불어넣는 것이죠.
그렇지만 결국 가벼운 몸무게로 돌아갑니다.
죽음이 있는데 산란이 있다고 했습니다.
알을 낳는 것은 생명이 있습니다.
태양은 다시 오지만,
하루로 보았을 때 태양이 석양의 위치에 있을 때는 죽음을 의미할 수도 있어요.
화자는 석양빛을 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석양은 저물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몰이 다시 떠오릅니다.
죽음이 있지만, 다시 생명이 솟아납니다.
화자의 통찰력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육신의 소멸을 각오하고 벌이는 정신적인 모험같네요.
-----
영구암 육체론1
박라연
자살하고 싶은 자, 영구암에 가보라
상형문자같은 부적 같은 경(經)같은 문장을
온몸에 새기고 사는 육체를 만나보라
그 육체가 낳아 기른 바위와 동백
물의 몸에 새겨진 거북 무늬를
그래도 사는 일의 체온이 올라가지 않으면
거북 무늬의 문자를 해독하기 위해 제몸에
거북이의 피부를 이식한 바위
그 바위와 바위사이의 응달
그러니까 최소량의 곡기인 흙과 수분 햇살이
산 자의 육안으로 좀처럼 짐작되지 않는
저 폐허!
그 틈새서도 수백 년쯤 거뜬히 살아낸
해마다 붉은 기운을 암자 가득히
바다 가득히 물들여내는 동백
그의 거처에서 뿜어져나오는 살아 있음의
생생함을 본 후에도 살고 싶지 않으면
태어나기 이전의 제 세포의
숫자를 헤아려 볼 일이다
햇빛도 들지 않는 바위에서 피어나는 동백의
곡기인 흙, 수분, 햇살이 들이치지 않는 폐허에서도
살아고 있습니다.
화자는 삶에 지쳐 자살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실패를 맛 본자들은 동백을 보고 희망을 주고 싶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
돌무덤
박라연
우면산의 나무 한 그루에
돌담을 둥그렇게 쌓는다 제 몸집만
으로는 쉽게 틈이 생길까 두려워
아무나 함부로 넘보지 않게 하려고
산에 오를 때마다
그 나무 옆구리에 돌무덤을 쌓는다
저 집은,
아픈 마음들이
미리 들어가 쉬기도 하는 곳
공중 속의 내 정원으로 가는 길이
훤히 보이는 곳, 이라는
임지의 문패를 달았다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처럼
사는 일이 참혹할 때
저 집이,
한시적인 죽음으로 시간을 끌어주면
죽음의 나체 같던 겨울 나뭇가지에
피가 돌듯
시커멓게 그을린 마흔 넘은 그림자에도
생피가 흐르기를 바라면서,
나무는 세월이 지나면 풍파를 견디다보면 상처가 생깁니다.
나무는 돌무덤이라는 것을 통해 상처를 가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처가 나면 피가흐르고 피가 흐른 그곳에는 상처가 아물지요.
박라연의 시에서는 폐허를 이기려는 방법이 2가지가 보입니다.
생명력을 통해 극복하려는 것,
죽음을 통해 극복하려는 것
어쩌면 맞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라~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