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으로-황동규



한밤으로

황동규


우리 헤어질 땐
서로 가는 곳을 말하지 말자.
너에게는 나를 떠나버릴 힘만을.
나에게는 그걸 노래부를 힘만을.

눈이 왔다, 열한시
평평 눈이 왔다, 열한시.

창밖에는 상록수들 눈에 덮이고
무엇보다도 희고 아름다운 밤
거기에 내 검은 머리를 들이밀리.

눈이 왔다, 열두시
눈이 왔다, 모든 소리들 입다물었다, 열두시.

너의 일생에 이처럼 고요함 헤어짐이 있었나 보라
자물쇠 소리를 내지 말아라
열어두자 이 고요 속에 우리의 헤어짐을.

한시

바라보는 자여,
무모한 사랑이 섞여 있는
그런 노래를 우린 부르자.
언젠가 오 우리 여기 있다, 대답하고
얻은 우리의 일생에 우린 올라서자.
귀기울이지 않아도 바람 소리 바람 소리
그 속에 서 있는 우리는
손잡고 조용히 취한 사내들의 목소리가 되어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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