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위하여
곽재구
바람은 자도 마음은 자지 않는다.
철들어 사랑이며 추억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
싸움은 동산 위의 뜨거운 해처럼 우리들의 속삭을 태우고
마음의 배고픔이 출렁이는 강기슭에 앉아
종이배를 띄우며 우리들은 절망의 노래를 불렀다.
정이 들어 이제는 한 발짝도 떠날 수 없는 이땅에서
우리들은 우리들의 머리 위를 짓밝고 간
많고 많은 이방의 발짝 소리를 들었다.
아무도 이웃에게 눈인사를 하지 않았고
누구도 이웃을 위하여 마음을 불태우지 않았다.
어둠이 내린 거리에서 두려움에 떠는
눈짓으로 술집을 떠나는 사내들과
두부 몇 모를 사고 몇번씩 뒤돌아보며
골목을 들어서는 계집들의 모습이
이제는 우리들의 낯선 슬픔이 되지 않았다
사랑은 가고 누구도 거슬러오르지 않는
절망의 강기슭에서 배를 띄우며
우리들은 이땅의 어둠 위에 닻을 내린
많고 많은 풀포기와 볖빛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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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시들이 좋아. 아마 제가 시인을 시인을 꿈을 꾼 계기가 '정호승시인의 수선화에게' 때문이기에 외로움이나 슬픔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가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래서 사람의 마음에 빛을 피우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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