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의 사막 - 기형도



물 속의 사막



기형도


밤 세시, 길 밖으로 모두 흘러간다 나는 금지된다.
장마비 빈 빌딩에 퍼붓는다.
물 위를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지나가고
나는 더 이상 인기척을 내지 않는다.

유리창, 푸른 옥수수잎 흘러내린다.
무정한 옥수수나무..... 나는 천천히 발음해본다.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흰 개는
그 해 장마통에 집을 버렸다.

비닐집, 비에 잠겼던 흙탕마다
잎들은 각오한 듯 무성했지만
의심이 많은 자의 침묵은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한다.
밤 도시의 환한 빌딩은 차디차다.

장마비, 아버지 얼굴 떠내려오신다.
유리창에 잠시 붙어 입을 벌린다.
나는 헛것을 살았다, 살아서 헛것이었다.
우수수 아버지 지워진다, 빗줄기와 몸을 바꾼다.

아버지, 비에 묻는다. 내 단단한 각오들은 어디로 갔을까?
번들거리는 검은 유리창, 와이셔츠 흰 빛은 터진다.
미친 듯이 소리친다, 빌딩 속은 악몽조차 젖지 못한다.
물들은 집을 버렸다! 내 눈 속에는 물들이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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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서울의 풍경...
아이웃음을 닮은 햇살이 떨어지는 날에도 메마른 적막감과 긴장이 돌아다니는 서울, 비가 촉촉히 내려 이 목마른 풍경이 가셨으면 하지만... 더욱더 건조해지기만 하는 세상 나도 지금 이 세상 한 곳에서 목마름의 그리움으로 눈물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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