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차 - 이장욱의 시 1 : 시적 표현과 발생의 근거



이장욱의 시

- 이성적 주체로 부터 이탈하여 타자성을 지향하는 양상
- "모반의 형식"으로서 "구름의 형식"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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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흔한 풍경

이장욱


어디든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밤의 천체가 있지 길 바깥의 구부러진 나무를 실편백을 적시는 새벽비 너무 흔한 최면 속으로 한 여자의 부드러운 등이 흘러갔을까 하지만 생각나지 않네 돌아오지 않기 위해 내가 치를 수 있는 무엇이, 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나지 않네 이것이 나의 리듬이었던가, 생각나지 않네 너무 많은 질문들에 관해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했던 것은 다만 한 여자의 부드러운 등 그리고 다른 삶을 지나가는 다른 표정들이 얼마나 선량할 수 있는가, 따위

하지만 길 바깥의 구부러진 가로수, 실편백을 적시는 새벽비들이 있는 너무 흔한 풍경 속으로, 나는 돌아올 수 있을 뿐 나는 위대한 마임으로 일생을 지나가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문득 오랜 시간이 흘러 스스로를 위장하는 몇 가지 방법만을 배웠으니 나는 다만 내부가 있는 말의 위태로움을 이해할 수 있을 뿐

언제나 피해야 할 것을 피하지 못하네 하지만 너무 흔한 최면처럼 아직도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하늘이, 너무 흔한 최면처럼 실편백에 내리는 빗물이, 다시 나를 이끈다는 것 돌아온다는 것은 얼마나 상투적인가 돌아오지 않기 위해 내가 치를 수 있는 무엇이, 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나지 않네 다만 한 여자의 부드러운 등, 실편백을 적시는 새벽비


- 화자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이 나지 않다고 하지만 화자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말을 하고 있는 것이죠. 과연 어떤 풍경이기에 흔한 풍경이라고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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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꽃잎, 꽃잎

이장욱

무섭다 결국 그곳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무섭다 마음이 무섭고 몸이 무섭고 싹 트고 잎 피고 언제나 저절로 흐드러지다가 바람 불어 지는 내 마음 속 꽃잎 꽃잎, 그대가 무섭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하나의 육체로만 살아왔으므로 아주 정교하게 정렬해 있는 하나의 고요한 세상을 지니고 있으니,

무섭다 그러나 나는 나를 이끄는 매혹에 최선을 다해 복종하였으므로 내 고요한 세상에 피고 지는 아름다운 모반을 주시하였다 그대가 처연히 휘날려 내 몸과 마음이 어지러울 때 단 한번도 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흘러가는 나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으므로 기억을 만나면 기억을 죽이고 불안을 만나면 불안을 죽이고,

그러므로 이제 이 눈과 코와 입과 귀를 막아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하시길 그대에게 익숙한 세상으로 나를 인도하여 그대 몸과 마음에 피고 지는 싹과 잎과 꽃이 되게 하시길 너무 오랫동안 하나의 육체로만 살아왔으므로 아주 정교하게 정렬해 있는 이 고요한 세상을 처연히 흩날리도록, 내 몸과 마음의 꽃잎 꽃잎 피고 지는 그곳에 기다리는 이 아무도 없을지라도.

화자는 그대에게 코, 입, 귀를 막고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해달라고 합니다.
정말 몽환적인 이상향을 지는 것 같습니다.
육체로만 살아온 세상에서 벗어나 아마 윤회나 부활을 꿈꾸는 곳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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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에 서 있는 남자

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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